다흰이 연극

(터키블루스)김다흰 인터뷰 기사.......~

김호숙 2013. 10. 13. 13:23

(뉴스컬처=윤경민 기자)
하얗고 깨끗한 사람이 되어라. 김다흰 배우의 이름을 지은 아버지의 말이다. 이렇게 배우다운 이름이 또 있을까? 보통 배우들은 모든 배역을 자유롭게 그릴 수 있는 백지처럼 하얀 배우가 되고 싶어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다흰은 어쩌면 배우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일지도 모른다. 연극 ‘터키 블루스’(연출 박선희)에서 시완이의 인생을 감미롭게 들려주는 김다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행을 사랑하는 남자
 

▲ 연극 '터키 블루스'(연출 박선희)에서 김시완 역으로 분하는 김다흰 배우를 대학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 고아라 기자
 
연극 ‘터키 블루스’는 2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작품이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이 연극을 만들기 위해 직접 터키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김다흰 배우는 당시 연극 ‘인디아 블로그’에 출연 중이라 함께 터키에 갈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선희 연출은 김다흰에게 ‘터키 블루스’를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대신 박 연출은 그를 위해 주인공 시완을 터키에 가보지 못한 캐릭터로 설정했다.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는 김다흰은 터키 여행을 함께하지 못한 것을 많이 아쉬워했다. 다행히 '터키 블루스' 팀의 또 다른 행선지였던 제주도 여행에는 함께 할 수 있었다. 공연에는 이국적인 터키의 모습을 담은 영상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제주도의 풍경이 담긴 영상도 함께 등장한다. 바로 극 중 시완이가 휴가를 맞아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다. 제주도 영상 촬영을 시작하기 전 그는 일주일이나 미리 제주도에 내려가 여행을 즐겼다. “산과 바다가 있는 제주도의 한적함이 좋았어요. 북적거리지 않고 편안한 운치가 마음에 들었고요. 친척 중에 시골에 사시는 분이 없어서 저에게 시골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 같아요.”
 
김다흰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역시 여행의 기억이라고 했다. “25살 때 친구들과 독일로 공연을 가게 됐어요. 독일 공연 한 달 전 미리 유럽 배낭여행을 시작했죠. 처음 파리에 발을 내디딘 첫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순간부터 여행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세상이 참 넓다’라는 사실을 처음 실감했죠. 더 많이 돌아다니고 더 많이 느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유럽에 갈 때마다 파리는 꼭 들립니다.”  
 
 다흰을 닮은 시완 
 
▲ 연극 '터키 블루스'(연출 박선희)의 워크샵 공연장면 중 김시완(김다흰 분)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뉴스컬처)     ©사진=연우무대

김다흰 배우의 말에 따르면 박선희 연출은 “이야기하는 사람이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써야 관객들도 진짜 이야기처럼 듣는다”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박 연출의 독특한 스타일에 따라 ‘인디아 블로그’ 배우들은 직접 인도 여행을 떠났고, ‘터키 블루스’의 전석호 배우도 실제 터키로 향했다. 그리고 박 연출이 총지휘한 두 연극 ‘인디아 블로그’와 ‘터키 블루스’의 배우들은 직접 대본 작업에 참여했다.
  
“공동창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에요. 연출님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저희는 배우가 대본을 씁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직접 대사를 써옵니다. 안 써온 배우는 대사가 없습니다.’ 그 말이 뇌리에 박혀있어요. '안 써오면 대사가 없다.'” 공연을 보니 김다흰은 참 모범생 같은 배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극은 그의 흔적이 묻어나는 대사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참 묘한 느낌이었다. 다흰은 시완과 똑같았고, 시완은 다흰을 빼닮았다. 연극 곳곳에 담겨있는 시완의 에피소드들은 실제 김다흰의 경험담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그는 박선희 연출의 철학처럼 ‘진짜 이야기’를 하는 배우였다. 공연 중에 등장하는 카세트테이프에 대한 이야기 역시 그의 실제 이야기다. 극 중 주혁이와 시완이는 서로 좋아하는 노래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 선물해준다. 어린 시절 다흰 역시 친한 친구와 함께 카세트테이프에 노래를 녹음해 서로 나눠 가졌다.
  
“저의 진짜 이야기가 담긴 만큼 이 작품을 하면서 옛날 생각을 많이 합니다. 주혁이를 생각하면 매번 떠오르는 친구도 있죠. 그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저는 수줍음 많은 소극적인 아이였습니다. 그 친구를 통해 제가 음악과 노래에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항상 저에게 노래를 잘 부른다고 칭찬해주었는데, 그 덕분에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주혁이와 많이 닮은 친구죠.”
 
 노래하고 연기하는 지금이 행복 
 
▲ 연극 '터키 블루스'(연출 박선희)에서 김시완 역으로 분하는 김다흰 배우를 대학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고아라 기자
 
김다흰은 자신이 연기하는 시완이를 "가슴 속에 깊은 추억을 간직한 평범한 의사"라고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시완이는 오래전 친했던 주혁이를 그리워하며 작은 콘서트를 연다. 시완이는 “지금 입고 있는 옷이 나에게 맞는가?”라며 지금의 자신에게 의문을 품고 미래의 자신을 걱정한다. 30살이 넘은 시완이는 여전히 꿈과 자아에 대해 고민한다. “저는 운 좋게도 그런 고민을 많이 안 해요. 어릴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는데 지금 노래를 하고 있고, 그렇게 하고 싶었던 연기도 계속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래 부르는 것을 가장 좋아하고 TV 속 배우들을 동경하던 어린 김다흰은 고등학교에 가서 처음 연기를 접했다. “영화를 진짜 좋아하는 친한 친구가 ‘우리도 청소년 단편 영화 한번 찍어보자’라며 작은 캠코더를 들고 왔죠. 그때 처음 연기를 해봤어요. 그렇게 즐거웠던 적이 없었죠. 그래서 하나 더 찍었는데, 갑자기 연기가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연기를 배우러 학원에 가게 됐어요.” 그는 연기가 힘든 적은 정말 많았지만, 재미없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연기하는 게 행복하다는 김다흰은 사실 요즘이 연기하면서 가장 고통스럽다고 털어놓았다. “공연하면서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터키 블루스’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감정입니다. 사랑보다 더 진한 사람 이야기이죠. 시완이의 감성을 표현하기가 지금도 쉽지 않아요. 관객들이 시완이의 사랑이야기를 부담스럽거나 불편하게 느낄까 봐 걱정입니다. 그 소중한 마음이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들릴 수 있도록 간절히 소망하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는 김다흰의 현재 관심사는 오직 ‘터키 블루스’ 뿐이다.  
 
‘터키 블루스’는 극단 ‘연우무대’의 62번째 정기공연이다. 그리고 그는 ‘연우무대’의 소속 배우이다. 1977년 창단된 ‘연우무대’는 송강호, 김윤석 등 쟁쟁한 배우들을 배출한 국내 대표 극단이다. “친한 친구들끼리 뭉쳐서 ‘바키’라는 극단을 만들었어요. 실험극이나 다원 예술을 추구하다 보니 대중적인 관심보다 마니아층이 두터운 분위기였죠. 서른이 되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계속 연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 앞에서 공연하고 평가받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고민을 할 때 딱 ‘연우무대’의 오디션이 열렸어요. 운명이었죠. ‘연우무대’는 가장 믿음이 가는 극단이었어요. 작품성뿐만 아니라 대중성까지 갖춘 완벽한 극단이죠."  
 
그렇게 한 발자국 앞으로 나온 김다흰은 더 많은 관객을 만나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도전한다. “꼭 뮤지컬을 다시 하고 싶어요. 아마 50번 정도 오디션에서 떨어진 것 같아요. 그렇게 고생하다 드디어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를 하게 됐어요. 막상 해보니까 너무 어렵더라고요. 또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더 많이 갈고 닦아서 뮤지컬 ‘렌트’, ‘틱틱붐’ 등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작품에 언젠가는 꼭 서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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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흰은 정말 이름처럼 순수하고 맑은 에너지를 가진 배우다.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믿음직스럽고 든든하다. 그의 꿈은 유명한 배우도, 인기 많은 배우도 아니다. “진실된 마음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그는 ‘터키 블루스’를 통해 관객들에게 “추억을 꺼내 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따뜻한 연극 한 편을 보고 나가면서 그의 바람대로 옛 추억에 젖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김다흰을 생각하며 “그 배우 참 내 마음에 들어오더라” 한마디 해준다면 오늘도 그는 행복하게 무대 위로 향할 것이다.  
 
 
[프로필]
생년월일: 1982년 10월 20일
학력: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출연작: 연극 - 세일즈맨의 죽음, 당신의 소파를 옮겨 드립니다, 카스테라, 인디아 블로그 시즌 2/ 뮤지컬 - 엄마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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