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의 소중한 페이지를 불러온 연극 <터키 블루스> 그리고 ‘터키 우정’
“사람의 과거에는 늘 사랑이 존재한다. 실패의 기억들, 행복의 기억들, 혹은 애달프고 서운했던 기억들...그 기억들을 끈질기게 헤집고 들어가다 보면, 당시엔 이기심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진실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어쩌면 그것이 진짜 사랑이었을지 모른다는 진실... 이것은, 더 늦지 않게 용기를 낸, 그러나 이미 늦어버린...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다.”-<터키 블루스> 작가 이천우
작품 제목이 발표되고 나서 가장 궁금했던 점은 ‘왜 터키 블로그가 아닌 터키 블루스일까’였다. 연극을 직접 보고 나니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지난 작품들이 인도 혹은 유럽 여행의 파편적 기억들을 블로그에 포스팅 하듯 그려냈다면, 이번 작품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 빛바랜 기억 속 추억을 음악으로 불러내는 쪽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음악으로 시작된 우정을 또 다른 음악으로 되찾게 해주는 형식이다. 두 주인공이 ‘블루스 브라더스’ 였던 것. 그 안에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아를 비롯한 고대 신화의 배경이 되었던 ‘터키’ 이야기가 녹아있다.
연극 <터키 블루스>는 힙합 대마왕 주혁을 기억하는 공부 대마왕 시완의 콘서트 형식으로 극이 진행된다. 시완과 주혁의 우정이 아시아와 유럽 문화가 혼재되어 있는 나라 터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나래이션과 노래를 모두 두 배우 김다흰 전석호가 맡아한다. 패닉의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미스터 투의 ‘하얀 겨울’, '스탠드 바이 미 (Stand by me)' 등 익숙한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작품에 대한 평이 갈리는 지점은 주인공들의 우정은 우정 이상의 동성애로 볼 것인가? 인간애로 볼 것인가? 이다. 물론 그게 이 작품의 핵심은 아니다. 다만 연극을 보면서 이들의 우정은 사랑보다 달콤한 ‘터키 우정’이 아닐까? 란 생각을 조심히 해보게 됐다. 내려먹는 커피가 아닌, 한약을 달이듯 달여서 먹는 달임식 커피인 터키 커피, 터키의 하늘과 바다, 그리고 숲이 함께 있을 때 만날 수 있는 터키쉬 블루 색, 모든 걸 다 끌어안는 터키 사람들의 특징들이 이런 생각을 부채질 했다.
<인디아 블로그> <유럽 블로그>는 보고 나면, 여행에 대한 충동질을 부채질 한다면, <터키 블루스>는 오래 전 사소한 오해와 이기심으로 헤어진 친구들을 찾아나서고 싶어진다. 이게 이 작품의 숨은 매력이다.
김다흰의 얼굴에선 이전 시즌에서 볼 수 없었던(?) 광채가 난다. 마치 유재석이 독보적인 사회자로 이름을 알린 뒤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안정적인 기운이다. 김다흰의 안정적 기운이 터키 블루스의 색깔과 너무도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무대 뒤를 감싸고 있는 배우 전석호의 열정과 끼가 작품을 빛나게 한다. 일명 악어떼로 설정된 박동욱, 임승범, 김현식의 소소한 활약도 웃음을 준다. 다만 연주를 맡은 권준엽은 연주만 할 것인지 작품 안에 들어 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더 필요해 보였다. 무대 정 중앙에서 표정 변화가 없이 연주만 하기엔 관객들의 시선을 자꾸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10월 27일까지 연우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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